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아이가 호주 초등학교에 가면..
우리 아이는 만 5,6세에 호주 공립초등학교(Primary School)에서 Prep (Preparatory, 0학년 또는 킨디에 해당하는 정규교육과정)부터 1학년까지 총 2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만 7세 1월에 귀국하여 그 해 3월에 한국학교 1학년에 입학한 사례이다. 호주에 가기 전에는 어린이집만 다녔고,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로 호주에 가서는 Prep에 입학을 하였다.
한국 어린이집에서 오냐오냐 대우 받으며 나름 잘나가던 아이가 호주에 와서 큰 문화적 언어적 충격을 받아 한동안 힘들어했지만, 한 3개월 뒤 부터는 신기하게도 아이들과 곧잘 어울려 놀았다. 만 5-6세는 말을 좀 못해도 놀이터에서 놀다보면 친해지는 수준이라 참 다행이었다. 그러나 1년간의 Prep과정을 마치고 깨달은 것은, 아이가 말은 이제 곧잘 하지만 책 읽는 수준은 반에서 꼴찌 수준이라는 점과, 네이티브라도 아이들 간에 Reading Level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Prep 말에 교실을 방문해보니, 우리 아이처럼 Level 3-5에서 헤매는 아이와, 2학년 수준인 Level 20인 아이가 골고루 있었다.
Reading Level 의 오묘한 세계
이 Reading Level이라는 것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Prep 말에 아이의 레벨과 다른 아이들의 레벨을 확인하고는, 우리 아이가 어느 수준인지 너무 뒤쳐진 건 아닌지 너무나 궁금해서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아이 학교나 교육청은 그 학년의 목표 레벨이나 평균적 레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놓고 선생님께 별도 상담을 하였는데도 그러한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굉장히 애매하게 도달해야 하는 리딩 수준을 설명할 뿐 Reading Level 몇 이상 이렇게는 알려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교실에 Reading Level 별로 아이들 사진이 붙어있어 약간 흠칫 하였는데, 지내다 보니 Take Home Book에 레벨을 붙여 놓은 이유는 그야말로 아이들이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읽게 하기 위함이고, 스스로 한단계씩 올라가는 재미를 주고자 하는 취지였다. 서로를 비교하고자 하는 목적도 없고, 그 학년의 교육 목표로서 도달해야 하는 레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도 아이들 레벨이 20단계나 차이가 나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 (AR지수 1점대 2점대에 노심초사하는 한국 엄마들과 너무 다르다!).
책읽기에 재미를 붙이자!
어쨌거나Reading Level 3-5 (AR 1.0)로 Prep을 마무리하고는 1학년에 들어가고 부터는 좀 더 신경써서 알찬 1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우선 동네 도서관에서 픽처북수준부터 시작하여 열심히 읽히고(주로 읽어주고), 학교에서 일괄 가입하여 숙제처럼 내주는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인 ABC Reading Eggs도 열심히 같이 했다. 본인은 중학교에서 처음 영어를 접한 순수 국내파로 파닉스를 배워본 적이 없어 은근 재미있음 ^^
그렇게 한 3개월하고 나니 Reading Level 10(1학년 중간)으로 단기간에 올라, 그때부터 쉬운 챕터북으로 넘어가서 좀 읽히다가 아이 성향에 너무 너무 잘 맞는 Tree House 시리즈를 시작(물론 못읽고 거의 읽어주었다). 내용이 워낙 재미있다보니 집중해서 하루에 반권씩 읽어, 3개월쯤 더 걸려서 117층 끝냈을 무렵 아이 레벨이 16(1학년 말)까지 올랐다. 그리고 ABC앱도 Eggspress로 레벨업되어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독해문제와 문법문제들 위주로 풀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매주 진단하여 레벨을 올려주고 학습앱에서의 레벨도 쑥쑥올라가니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함.
그 이후 나머지 1학년의 절반정도는 읽어줄 필요 없이 아이가 스스로 재미있는 책에 푹 빠져, 1학년 말에 아이수준은 Reading Level 24 (2학년말)로 마치게 되었고 말하고 읽고 쓰는데 아무런 두려움이 없이 반에서도 제법 잘하는 축에 들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영어는 즐겁게
한국 영어학원 리뷰는 나중에 별도로 올릴 예정이라, 간단하게 에필로그처럼 정리해보면...우리아이는 호주에서 2년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와서 평범함 한국 공립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오자마자 리터니 영어학원 체인의 가장 높은반에 등록하고 다녀보았으나 우리아이가 호주에서 만끽하던 즐거운 영어랑은 좀 거리가 있어보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는 영어도서관(진짜 도서관이 아닌 학원이다)과, 호주 학교처럼 숙제 없이 가서 떠들다 오는 영국문화원이었다.
그렇게 놀면서 즐겁게 3년을 보내며 아이는 오만가지 환타지 시리즈를 섭렵하였고(Harry Potter, Warriors, Lord of the rings 등..), 4학년에 올라와서는 Writing에 좀 더 힘을 주고자 영어 논술 전문학원으로 옮겨 한 6개월 빡시게 숙제도 해 보았다. 5학년인 요즘은 좀 더 숙제 부담이 덜한 학원으로 옮겨서 Writing도 적당히 Debate도 적당히 하는 중이다. 학원쌤들이 호주는 어렸을 때 다녀왔는데도 유창성이나 사고방식이 최근에 돌아온 리터니 같다고들 하셔서, 언어로서 살아있는 영어를 하고 있다는 약간의 안도를 하고 있는 중.
'호주파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주 멜버른에서 초등학교 보내기 (2) - 수영 (0) | 2023.08.04 |
---|---|
호주 멜버른에서 초등학교 보내기 (1) - 일과, 준비물 등 (0) | 2023.08.01 |
호주 멜버른대학 행정학석사(MPA) 과정 (0) | 2023.07.20 |
호주 멜버른대학 사전어학코스 (0) | 2023.07.16 |
호주 초등학교(primary school) 입학허가 받기 (0) | 2023.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