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파견

호주 멜버른에서 초등학교 보내기 (1) - 일과, 준비물 등

dmrnw 2023. 8. 1. 16:44

만 5세 의무교육의 시작

우리아이는 만5세(정확히는 만4세11개월)의 나이로 호주 초등학교의 0학년이라고 할 수 있는 Prep에 입학하여 Grade 1까지 마쳤다. 호주는 Prep부터 의무교육이 시작되며 대략 만7세에 의무교육이 시작되는 한국에 비해 이르다. 현지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 출신의 엄마들에게 들은 바로는 서구권은 주로 만5세 (빠른곳은 만4세)부터 의무교육이 시작되며 만7세에 시작되는 나라는 일본 정도였다. 후술하겠지만 빠른 나이에 시작되는 의무교육,  9:00-15:30 이라는 한국에비해 긴 교육 시간(초등 저학년 비교시), 언제든지 그때그때 신청가능한 수업전/후 돌봄 등의 서비스 등 호주의 맞벌이 부부의 육아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좋다고 느껴졌다. 

0학년(Prep)도 3시반에 끝나는 학교 일과

우리 아이가 다닌 Carlton Gardens Primary School (CGPS) 의 경우 학교 문이 열리는 시간은 8:40 am – 8:50 am 였다. 이때 부모님들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학교 마당에 들여보낸다. 학교 울타리 안에는 감독하는 선생님들이 계시고 그때부터 학교에서 보호한다는 의미. Prep의 경우는 바로 교실로 가지 않고 학교 마당에 줄을섰다가 선생님 인솔로 교실에 들어간다. 정규 수업이 끝나는 시간은 Prep이나 6학년이나 모두 3:30 pm. 이때도 선생님이 인솔해서 학교 마당으로 나와 부모들에게 하나하나 인계한다. 한국의 초등맘들은 알겠지만, 한국의 경우 1학년에 12시, 2학년에 주중 몇일은 2시, 3학년에 주중 몇일은 3시 이런식으로 조금씩 늘어난다. 사실 유치원에서 오후 4시정도까지 기관생활을 하던 아이들인데, 꼭 수업을 그렇게 경직되도록 구성(열맞춰 앉은 책상들, 칠판앞에서 읽고 판서하며 가르치는 선생님, 엄격한 수업시간/쉬는시간의 구분 등)하고 12시에 하교시키는 것이 능사인지 의문인 점이다.

 

또한 처음 아이를 입학시키고 놀랐던 것은 쉬는시간 없이 2시간을 수업 한 후 비로소 30분간의 Recess(휴게시간)을 가지고, 또 1시간의 Lunch 이후에도 쉬는시간 없이 2시간 수업 후 하교한다는 점이다. 물론 화장실을 가는것은 수업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자유이고, 수업시간도 일방적 정보전달이 아닌 참여형식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컨셉을 설명하고, 아이들끼리 모여 논의를 하고, 나가서 자기들의 생각을 발표하고 이런 활동을 모두 하려면 한국처럼 50분 수업을 하려면 시간이 참 모자랄 듯 하다. 

호주 초등학교 시간표
학교 일과 시간표
호주 초등학교 수업 모습
교실 공간도 여유있어 각자 모둠테이블에서 활동 후 한데 모여앉아 발표를 들음

준비물 - 도시락 지옥

대부분의 호주 공립 초등학교는 유니폼이 있다. 다만 유니폼이라고 해도 피케 티셔츠 및 점퍼 등 활동하기 편한 옷들로, 학교의 색상 (우리아이 학교의 경우 남색, 인근 학교에서 초록색, 노란색 등을 보았음)만 맞추면 사제 레깅스 등은 눈감아 주었다. 특이하게도 유니폼에는 챙이 달린 모자가 포함 (Sun Hat) 되는데, 자외선이 강해지는 여름 기간에는 이 모자를 가져오지 않으면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운동장에서 놀지 못하게 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필기구 필통 폴더 공책등을 각자 챙겨야하지만, 우리 아이가 다녔던 CGPS의 경우 신학기에 부모가 일괄로 결재하도록 하고 (대략 50불정도?), 학교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품이 교실에 비치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아이들 가방에는 도시락과 물통밖에 들은 게 없었다. 

 

여기서 도시락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 한국 초등학교에서 가장 좋은 점은 학교 급식을 먹고 온다는 점이다!! 호주의 경우 Morning Recess에 먹을 간식과 Lunch, 2개의 도시락을 싸야만 한다. 불가피하게 도시락을 못 쌀때는 Lunch Order라고 해서 당일 아침 8시30분 이전에 신청하면 학교로 배달이 오는 시스템도 있긴 하였으나, 외식물가가 비싼 호주답게 가성비가 별로여서 아주 가끔 이용하였다. 가끔 큰 학교의 경우 Canteen이 있긴 하지만, 거기서 매일 사먹는 아이는 드물고 도시락을 못 싸오는 경우에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싶은 것은, 간식이든 점심이든 아이들은 10분만에 먹어 치우고 나가서 놀길 원하고 또 교실에서도 10분 뒤엔 밖으로 내보내서(다 못먹은 경우 들고나가야함), 샌드위치, 삼각김밥 등 무조건 간단한 음식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도시락
도시락 아이디어 짜내는게 힘듦!
Lunch Order 메뉴
도시락을 못 쌀 경우 주문할 수 있는 Lunch Order 메뉴

1학기, 2학기가 아닌 무려 4개의 텀

한국과 달리 호주 멜버른의 초등학교의 연간 학사일정은 4개의 텀으로 구성되며, 긴 여름방학과 3번의 짧은 Term Break로 이루어진다.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 주의 School Term Dates 는 다음의 URL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s://www.vic.gov.au/school-term-dates-and-holidays-victoria

 

School term dates and holidays in Victoria | Victorian Government

Term dates for Victorian government schools and kindergartens, school holiday dates, future term dates, exam and VCE dates.

www.vic.gov.au

참고로 2024년도의 학사일정은 다음과 같다. 1월 29일에 새학년이 시작되며 각 텀은 3개월씩이고, 텀 사이에 약 2주 남짓의 Term Break가 있다. 텀4는 12월 20일경에 끝나 1달이상의 긴 여름방학을 갖게 된다. 

Term 1 29 January (students start 30 January in government schools) 28 March
Term 2 15 April 28 June
Term 3 15 July 20 September
Term 4 7 October 20 December

단, 멜버른 대학의 경우는 한국과 같은 1,2학기제로 겨울방학, 여름방학 사이에 Term Break가 없으므로, 부모가 멜버른 대학 교육파견을 가게 되는 경우 초등학생 아이의 Term Break 기간 중 돌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수업시간 외 돌봄신청이 엄청 쉽다 (단, 돈을 내야함)

이 부분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보내본 엄마들에게 크게 와 닿는 부분인데, 호주에서는 수업시간 외 돌봄 서비스신청이 매우 간편하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 돌봄교실 신청은 주로 1,2학년을 대상으로 학기별로 학기 시작전에 신청해서 제한된 인원 내에 선발되어야 하며, 1순위 저소득층, 2순위 한부모, 3순위 맞벌이이다. 인원초과 시 맞벌이의 경우는 탈락의 위험이 있다. 또한 갑자기 발생하는 돌봄 공백시의 돌봄교실 신청은 불가능한 점이 있다. 

 

호주 멜버른의 경우, 돌봄 서비스는  OSHClub(Outside School Hours Care Program)라고 하며, 학교 일과 전/후인 오전 7시-9시와 오후 3시30분-6시 중 필요한 날짜 만 이용할 수 있다. 예약은 무척 쉬워서 온라인 또는 전화로 24시간 전에만 신청하며 되며, 취소하는 경우는 48시간 전에 해야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학년의 제한도 없기 때문에 Prep부터 전학년 이용 가능하다. 돌봄 시간 동안 간단한 간식(과일 등)이 제공되며, 아이들은 자유롭게 비치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돌봄 선생님이 주도하는 활동 (요리, 단체게임, 만들기 등)을 하는 시간도 있다. 

https://www.oshclub.com.au/

 

High-Quality Outside School Hours Care Provider | OSHClub

At OSHClub, we provide fun, high-quality Outside School Hours Care Services, including Holiday Programs, to children and families across Australia.

www.oshclub.com.au

우리 아이가 CGPS를 다닌 2년간, 인원이 초과되서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다. 아마 그 이유는 해당 서비스가 유료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홈페이지에서 조회되는 기준으로 오전 돌봄은 27.2 호주달러, 오후 돌봄은 33.4 호주달러로 약 25,000원~30,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호주 내국인의 경우, 대부분 아이관련 비용을 추후 세금 공제받으며, 저소득층의 경우 Child Care Subsidy(CCS)를 통해 최대 85%까지 할인을 받는다. 유학생 자녀의 경우는 이런 혜택은 없었으나, 급하게 부모 모두 돌봄이 어려울 때 1일 전에만 신청하면 약 3만원의 돈으로 학교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편리한 부분이었다. 

12세 미만 아이는 보호자 없이 등하교 불가

호주에서는 12세 미만 아이를 보호자 없이 집에 두거나 학교에 등하교 시키는 것이 불법이다. 따라서 아이 학교 등하교시 반드시 부모 또는 보호자가 아이와 동행해야 한다. 이 점이 얼마나 한국과 다르냐면,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하니 앞으로 해야할 일로 '부모님 없이 혼자 스스로 등교해요' 라는 가이드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경우 1학년 초반에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지만 점차 줄면서 1학년 여름방학 이후에는 아이들 스스로 등하교 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호주에서 아이를 먼저 입학시켜보고 한국에서 다시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나로서는 살짝 문화적 충격이 온 부분.